그랜 토리노와 할배 영화


                                                       <그랜 토리노, 2008 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배는 씬들을 대충 찍는다. 연출도 꼼꼼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편이다. 때문에 디테일 한 면에서 다소 어설픈 부분이 있지만 그의 영화가 담고 있는 컨텍스트는 그의 연륜만큼 풍성하고 관조적이며 깊이가 깊다. 그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시원하게 하는 모습에서 스스로도 어떠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고 그런 감정이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 전체적으로 영화를 살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랜 토리노가 대표적이다. 그의 애마 그랜토리노를 자기에게 넘기면 안되냐는 철딱서니 없는 손녀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이는 모습은 정말 이 할배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는구나는 느낌을 준다. 그도 역시 사람이고 늙은이인지라 요새 미국 젊은 것들의 기어오름, 개념없음에 분노를 느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분노는 '우리가 없었으면 너희는 이러고 살지도 못해!'의 다소 따분한 훈시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훈시에 대한 방어기제로 영화는 몽족을 가져오고 있다.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민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윤리적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이런 문제에 냉소적인 아들들을 철없게 바로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간접적으로 현재 미국이 앓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 이스트우드할배의 장기이자 레퍼토리다. 

 보편성과 공감. 그는 누가 봐도 보편적이고 공감가는 얘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는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영화들은 실패한자와 소수자를 따뜻하게 감싸고 교만과 위선을 벌주며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던져 준다. 이런 얘기는 젊은 감독 혹은 영화를 목적으로 여기는 감독,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감독들에게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가깝다면 대중과 쉽게 교감하려는 상업적인 감독과 더 가깝다. 하지만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그들보다 휠씬 더 묵직하게 대중에게 다가온다. 그의 연륜과 삶에 대한 고민의 무게만큼. 이것이 이스트우드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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